담임목사님 칼럼 - 실로암 못가

몸의 부활과 몸의 위상 회복
글쓴이: 민종기목사
등록일: 2016-03-25 11:32:11
조회: 1,203
추천: 130
  

    우리는 몸을 가진 존재로서 물질로 만들어진 세상의 일부를 점유하고 있으며, 신체를 통하여 이 세상에 대하여 반응한다. 우리의 몸은 가장 가시적인 존재이면서도, 종종 숨겨지고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몸은 피곤과 병, 배고픔과 성적 욕구 등을 느끼는 경우에만, 의식의 세계 속에 자신이 존재함을 고지한다. 그러므로 몸은 종종 “사라진 몸”으로 혹은 “숨겨진 몸”으로 묘사되고, 영혼에 비교하면 항상 부수적인 존재로 간주되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몸은 인문학적 담론에서 고아나 다름없었다. 이는 소위 영ㆍ육 이원론(body-soul dualism)이라는 견해에 기초를 둔 것이다. 신체는 “어두운 동굴”이나 “어두운 대륙” 혹은 “영혼의 감옥”으로 격하되었다. 따라서 그리스의 사상가들은 신체를 벗어난 영혼의 불멸을 옹호하면서 신체를 다만 의복과 같이 소멸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근대의 데카르트는 육체에 반하여 정신에 강조점을 둔 대표적 사상가이다. 그러나 몸의 중요한 위상을 강조하고 데카르트의 이원론에 대하여 반대하는 인문학적 전통이 파스칼, 스피노자, 앙리 베르그송, 막스 셀러, 가브리엘 마르셀과 멜로 뽕띠 등으로 이어진다.

   신체의 격하는 기독교권 안에서도 다름이 없었다. 영혼은 인간성의 핵심이며, 신체가 비록 영혼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하더라도 영혼에 필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로마서에서 사도 바울이 말한 “죄의 몸”(롬 6:6), “죽을 몸”(롬 6:12), “육신의 생각”(롬 8:5)이라는 표현, 그리고 “혈과 육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수 없다”(고전 15:50)는 표현은 종종 인간의 몸이 윤리적인 견지에서 범죄의 일차적 도구가 되는 것으로 오해되었다.

   소위 정통신학의 골간을 이루는 신학자들에게서도 신체의 문제는 종종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거스틴은 플라톤의 이원론을 비판하였지만, 그는 인간의 핵심적 자아는 영혼이며, “나는 즉 나의 영혼”(I, that is, my soul)이라고 할 만큼, 인간은 신체를 사용하는 “합리적 영혼”(a rational soul)이라고 하였다. 결국 진정한 인간됨은 영혼에 있으며 신체는 그의 도구였던 것이다. 캘빈 역시 어거스틴을 이어받았다. 그가 비록 하나님의 형상에서 신체를 제외하지는 않았지만, 그 형상의 핵심은 영혼이라고 분명히 진술했다.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가르침은 육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는 사건이다. 예수님의 부활은 결국 육체의 부활이다. 육체의 부활은 육체가 영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육체는 애초부터 정신과 나눠진 것이 아니다. 죄의 결과로 영혼과 육체의 분리가 우발적으로 생긴 것이다. 부활은 영혼과 함께 육체도 영원하다는 가르침이다.

   더욱이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살과 피” 곧 육체로 이룬 구속의 사랑은 지성주의와 도피주의의 영역에 머물러 있기를 거절하는 헌신의 참뜻을 묵상하게 한다. 헌신(獻身)이란 몸을 드리는 것, 몸을 바치는 것이다. 구원과 헌신은 총체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구원은 순수한 의식의 차원에서 마쳐지는 것이 아니라, 몸을 통한 열매로 입증되고 응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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