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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016년 글사랑 모임 출픔작 모음
글쓴이: 글사랑
등록일: 2016-07-12 10:08:31
조회: 1,699
추천: 306
  


글사랑 모임



7월/2016년




                                            

비누


서외자


아무 때나
섣불리 나서지도 않고
자기에게 손을 내미는 손의 얼굴을
올려다 보지도 않는다


자기의 몸을 녹여
허물지고 부끄러운 마디 마디를
부드럽게 매끄럽게 씻어주고 닦아줄 뿐
아무 내색도 생색도
한 점의 흔적도 앙금도 남기지 않고
물을 따라 흘러 만 간다

오늘 하루의 앙금을
머리 부터 발 끝 까지
어느 마디에도 남기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비누질을 한다









못난 마음


임진혜


아들네 식구가 1월에 와서
한 2주 정도 있겠다는 전화를 받고
반가운 마음 보다 심란한 마음이다
잠자리와 여기 저기 다녀야 할 차편
세 끼 먹는 것 써야 할 경비 등
현실적인 문제들에 마음이 무겁다

근 30년 만에 온 식구가 모이게 되는데
참 못난 마음이다
그리웠던 마음으로
불편하지 않고 섭섭한 마음 들지 않게
엄마 집이라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 면 될 것을
걱정도 팔자다









꽃의 노래


차귀동


작으면 어때
예쁜걸
아가의 눈엔 모두 예쁘지
노랑 연분홍 빨강 연보라
하양도 좋아

마음 한 켠에 땅을 일구어
하얀 울 둘러 치고
꽃을 심자
백일홍 맨드라미 베고니아
제라늄도 좋아

생령은 모두 저마다의
외침이 있고
꽃은 색으로 노래하지
벌나비. 우리 모두는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거야

존재들의 외침은 어우러지고
천상의 화음이 되어
공간을 채우는거야
작으면 어때
살아 숨쉬는걸






옷보다 스카프


배광자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지만 내게는 '스카프가 날개다.' 나이도 젊고 직장에도 다니고 또 공식 비공식 모임에도 나가고 할 시절에는 유행 따라 부지런히 멋도 내고 가끔 유명 브랜드 옷에도 관심을 가졌었다. 이제 나이도 들고 사회활동도 접고 살다보니 맘먹고 옷 살 일도 거의 없게
되었다. 근래에 마음먹고 산 옷들이 거의 없다. 내 옷장에는 유행에 뒤지거나 체형에 안 맞는 오래된 옷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내 옷장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은 한국에 나갈 때마다 내 옷차림을 보고 시누이가 선물로 사준 옷과 남편이 한국 다녀오면서 가끔 사다 준 옷 몇 벌이다.

그러니 모처럼 외출할 일이 생기면 이 방 저 방 옷장 행거들을 뒤적이며 헤매게 된다. "마땅한 옷이 없네." 라며 투덜대는 나를 보고 남편은 "옷장 마다 내 옷은 다 쫒아내고 자기 옷으로 채워놨는데 뭐가 옷이 없다고 그래"라고 핀잔을 준다.  하기야 가진 숫자로 따지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남들은 이삼년만 안 입어도 과감하게 버리는데 난 이삼십년 지난 옷도 못 버린다. 버릴까 망설이다가 다시 챙긴다. 일 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하는 옷도 언젠가는 입을 때가 오겠지, 필요할 때가 있겠지 라는 미련 때문에 끼고 산다. 남편 말마따나 옷장 마다 내 옷으로 꽉 채우고 침실 한쪽 코너까지 행거를 설치했을 지경이다.   요즘 무소유의 삶과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 안 쓰는 물건 버리기가 유행인데 시대역행도 유분수다.

남들은 변하는 체형과 나이에 걸맞게 새 옷을 잘도 사 입는데 나는 못 입게 된 옷을어떻게살리는데
주력한다. 그러는 가운데 한 가지 궁여지책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스카프다.   스카프의 연출로 유행이 지났거나 몸에 안 맞는 옷이 마술 처럼 멋지게 둔갑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동네 할인매장이나 세일을 하는 백화점에 마음먹고 나가 봐도 스타일도 그렇고 값도 만만치 않아 빈손으로 나오곤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가끔은 마음에 드는 스카프가 있으면 점심 한 끼 사먹은
셈 치자며 사가지고 나온다.  그렇게 사 모은 스카프가 제법 되고 외출할 때 옷은 적당히 고르는 대신 옷차림의 악센트가 될 스카프 고르는데 신경을 더 쓴다.

19세기,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대, 영화 속에 나오는 여성들 의상을 보면 엄청 화려하고 우아하다.  하지만 대형 페티코트로 한껏 부풀리고, 치렁치렁 땅에 끌리는 롱드레스의 무게에 눌려 살고 있었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 시대에는 소위 TPO라 해서 때(Time)와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따라 드레스코드가 엄격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었다고 한다. 옷 입는 즐거움보다 고통이 더 컸을 것 같다.

오늘 날도 문화권 마다 신분이나 직업에 따르는 드레스코드가 존재하지만 옛 같지 않아 많이 퇴색한 것을 실감한다. 특히 더 엄격할 것 같은 미국사회에서 드레스코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오히려 한인사회가 더 엄격한 것 같다. 성인의 경우 장례식장에는 반드시 검은 정장을 입고 참석해야 하고 교회에도 남여 구별 없이 정장 차림을 해야 하는 것이 불문율 처럼 돼 있다. 현지 미국인들은 장례식에도 세미 정장이나 캐주얼을 입고 참석하기도 하고 교회에도 청바지 차림이 부지기수다.  미국생활 30년이 가까워져서인지 이런 자유로운 옷차림이 조금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정장이나 명품이 아니라도 주눅들지 않는 분위기이다 보니 나도 부담 없이 아무 옷이나 입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남과 어울리면서 드레스코드를 전혀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는 스카프를 사용하되 특히 색상에 신경을 쓴다.  색깔은 그 사람의 성격과 취향, 그 당시의 감정상태 등을 상대방에게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교회 가는 날, 친구 만나는 날, 무슨 특별한 예식이 있는 날 등등 그런 날들이 올 때마다 스카프에 맞추어 옷을 입고 나간다. 내겐 옷이 날개가 아니라 스카프가 날개니까 말이다.

오늘은 여고동창들 만나는 날이다.  거울 앞에서 스카프를 이 것 저 것 바꿔둘러보며나이들어감을
생각해본다. 몇년전향년 102세를일기로세상을떠난 일본의할머니시인시바타도요는 ‘비밀’이라는 시에서 “아흔 여덟 살에도 사랑은 한다고 / 꿈도 꾼다고 / 구름이라도 오르고 싶다고” 라고 했다.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은 청춘’이라고 우겨봐야 현실적으로 삶에 결정적 변화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할 입지가 거의 없다.  되돌아 갈 수 없는 인생 길, 후회스런 지난날들은 버릴 수 없이 쌓여 있고 다가 올 날들은 기적을 갖다 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의기소침해 진다. 그래서 다짐한다.  이제부터라도 더 후회하지 않도록 잘 살아보자고.

그동안 열심히 산다고 달려 왔지만 이제와 돌이켜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올곧게 살지도 못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책이 있다. 내가 스카프를 이용해 옷차림을 살리는 것 처럼 더 나이 들기 전에 삶의 방향을 바꾸어 보자. 젊어서 처럼 나 자신만을 위하여 전진하기 보다는 주변을 둘러보며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과 어울려 살자.  또한 받은 은혜를 모른 채 내게는 은사가 없다고 불평하며 세월만 낭비하며 살아 왔다. 앞으론 새롭게 열리는 하루하루를 선물로 생각하고 매일 매일을 감사함으로 살기를 다짐하며 스카프를 고쳐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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