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교육 통합게시판

전체보기      일반 (78)   화요사랑방 (154)   제자사역훈련 (3)   충현동산 (16)   큐티나눔 (114)   책을읽는기쁨 (80)  
바나바 (1)   충현도서관 (3)   DIOS (0)  
글사랑 모임 6월/2016년 출품작 모음
글쓴이: 글사랑
등록일: 2016-07-08 19:33:38
조회: 1,275
추천: 204
  

글사랑 모임 출품작  모음

6월/2016년





                                                


노부부

서외자

꽃을 피웠던 날들과
나무 가지를 흔들었던 날들은
가을 그리고 겨울을 따라 가고

사방으로 드나들던 바람은
길고도 짧았던
길 위의 이야기를
주섬주섬 챙겨 떠나가고 있다

삐걱거리고 흔들거렸던 날들을
쐐기로 박아 놓고
굽어져 가는 내일을
서로가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두 마음

임진혜

길가에 조개 같은 천막들이
하나 둘 씩 늘어 가더니
가로 세로로 두 블럭을 넘는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잠들은 잘 잘까
식사는 제대로 할까
질병은 안 생길까
화장실은 어떻게 해결할까
저들은 다른 사람일까

걱정은 마음뿐인 나
오늘도 앞 만 똑바로 보며
혹시 누가 뛰어들까 긴장하며 속도를 줄인다










하까란다

차귀동

샛바람에 언듯
빛살 타고 흐르는 꽃잎의 군무
나르며 춤추는
5월의 하까란다
신비의 연보라 축제

담장 위에 소복이
동네 어귀 오솔길에 시나브로
날다람쥐 등어리에 사르륵
날아와 앉아
동화의 문을 연다

부끄럼쟁이 봄아가씨
“여름전령이 오셨군요.
그간 행복했어요.
저는 그럼 이만.
내년에 또 뵐께요.”

고운님 보내며
마음 한 켠 아릿한데
욕심많고 심술궂은 여름은
연보라 세상 너머로
저만치 오네





100세, 내 나이가 어때서

배광자

우리 시어머님은 금년 여름 (7월 5일)으로 꽉 찬 100세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가녀린 여인의 몸으로 강산이 10번이나 바뀌는 세월의 풍파를 온 몸으로 견디며 사셨다.
허리가 굽고 귀가 좀 어두울 뿐 다른 병은 없으시다. 어머님 건강의 비결을 관찰해보니
소식하며 매끼 생선은 빼놓지 않으신다.  그보다는 매사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크고
작은 일을 손수 처리하신다. 아직도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일하는 분이 있어도 식사준비는 당신이
직접 하신다. 연세도 있으신데 이젠 제발 편하게 사시라고 하면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듯 섭섭하게 생각 하신다.

작년 여름 어머님 백수연 때문에 한국을 방문 했을 때다. 오랜 만에 만난 며느리에게 제일 먼저 하신 말씀은 “죽고 싶은데 왜 이렇게 오래 사는지 모르겠다.”였다. 그 말을 옆에서 들은 시누이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 몸에 좋은 것만 골라 들고 건강을 챙기신다.”며 큭큭 웃었다. 세상에 첫째가는 거짓말이 노인이 죽고 싶다는 말이라는데 정말로 죽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고 싶다는 다른 표현일 것이다.

어머님은 다산을 하셨다. 열 남매를 낳으셨다는데 내가 결혼할 당시는 딸 다섯에 아들이둘이였다.
막내인 시동생은 너무 어려서 치아를 갈고 있는 중이었고 형님이 어려워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 막내아들 밑으로 맨 위인 캐나다에 사는 시누이가 맡긴 손녀까지 기르셨다. 그 손녀 바로 밑으론 우리 두 아들이 연년생으로 태어났으니 어머님의 인생은 아이들을 돌보는 일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세인 지금까지도 자손들 걱정으로 마음 편할 날이 없으시다.

어머님은 한국사람 치고는 유난히 피부가 희고 자태도 고우시다. 시누님들이 어머님을 닮아서 모두 미인이다. 당시로선 고등 교육을 받으신 분으로 지금까지도 전등불을 환하게 켜 놓고 돋보기로 신문을 읽으신다. 음식 솜씨가 좋고 손재주가 많아 옷도 잘 만들고 그림도 잘 그리신다. 시누이들이 어릴 때 명절이면 한복에 금박을 물리는 대신 천에다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서 입히셨다고 한다.

그런 어머님이 아무런 재주도 없고 세상 물정도 모르고 물도 떠다 받쳐야만 마실 줄 아는 맏며느리를  맞으셨다. 바로 나다. 그런데 잔소리나 꾸중들은 기억이 없다. 한국에서 모시고 살 땐 체념을 하셨는지 아예 살림은 며느리에게 맡기지 않으셨다. 며느리가 미국 가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어떻게 살림을 할지 걱정이 태산 같으셨던 모양이다. 지금은 남편이 은퇴하여 미국과 한국을 오가고 있다. 남편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때면 고사리, 김, 고춧가루, 온갖 건어물을 플라스틱 랩으로 꽁꽁 싸매고 그 속에다는 조리법을 자상하게 적어서 보내곤 하셨다. 한 번은 멸치 똥을
빼고 잘 손질 하여 보내며 멸치 볶는 법을 적은 편지를 넣어서 보내셨다. 내 나이 60이 넘은 때였다. 가슴이 울컥 했다. 액자에 넣어 부엌에 걸어 놓은 그 편지를 볼 때마다 어머님의 사랑을 가슴에 새긴다.

지난 해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날 때 어머님은 또 내게 말씀하셨다. 죽고 싶은데 왜 이렇게 오래 사는지 모르겠다고. 당신 때문에 아들이 가족이 살고 있는 미국에 눌러앉지 못하고 일 년에 육 개월씩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해서 며느리에게 미안하다는 뜻일 게다. 어머니, 저는 괜찮아요. 아무 걱정 마시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449 일반  내일(11월5일) 제1회 세계관 컨퍼런스가 열립니다.    충현웹지기 2016/11/04 207 1103
448 일반  CHMC 신나는 세상 만들기    충현웹지기 2016/10/26 212 1112
447 충현도서관  [충현도서관 추천] 2016년 9월    충현도서관 2016/09/01 245 1065
446 충현도서관  [충현도서관 추천] 2016년 7월    충현도서관 2016/07/13 230 1179
445 충현도서관  [충현도서관 신간] 2016년 5월    충현도서관 2016/07/13 225 1145
444 책을읽는기쁨  7월/2016년 글사랑 모임 출픔작 모음    글사랑 2016/07/12 206 1466
책을읽는기쁨  글사랑 모임 6월/2016년 출품작 모음    글사랑 2016/07/08 204 1275
442 책을읽는기쁨  4월/2016년 글사랑 모임 출품작 모음    글사랑 2016/05/08 212 1425
441 책을읽는기쁨  3월/2016년 글사랑 모임 출품작모음    글사랑 2016/04/09 236 1621
440 책을읽는기쁨  2월/2015 글사랑 모임 출품작모음    글사랑 2016/03/07 237 1813
439 책을읽는기쁨  글사랑모임 1월/2016년 출품작 모음    글사랑 2016/02/13 225 1512
438 책을읽는기쁨  글사랑 모임 12월 출품작모음    글사랑 2016/02/12 238 1909
437 책을읽는기쁨  제10회 가을문학 산책 출픔작 모음    글사랑 2015/10/31 235 2296
436 책을읽는기쁨  9월/2015년 글사랑 모임 출품작 모음    글사랑 2015/09/30 232 1741
435 책을읽는기쁨  8월/2015년 글사랑 모임 출품작 모음    글사랑 2015/09/03 222 2556
         

     12345678910..  30>   [다음 10개]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starc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