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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016년 글사랑 모임 출품작 모음
글쓴이: 글사랑
등록일: 2016-05-08 17:58:10
조회: 1,631
추천: 317
  
                


가뭄을 적시는 빗소리

서외자



풀꽃들의 가쁜 숨을
가로지르고 비가 오신다

마른 잎사귀를 타고 흐르는 빗줄기가
굳어진 흙 뿌리를 천천히 적시고 있다
가늘고 긴 숨을 내쉬며
조금씩 조금씩  손끝을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수족에 물기가 없으면
까칠하고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자기 몸을 스스로 말리고 있다

빗소리가 들린다
머릿속의 생각들이 촉촉이 젖어들고 있다






보고싶다

정진혜

가던 걸음 멈추고 서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신기한 광경에 입 까지 벌린다

좁고 짧은 골목
한쪽엔 개나리 노랑색 꽃들이
건너편에는 진달래 분홍색 꽃들이
마주 보며 색을 뽐내고 있다

한참을 쳐다 보는데
울타리 만발해 늘어진 개나리가
산을 물들였던 진달래가
펼쳐지며 주루루 눈물이 된다

비슷한 것만 보아도 고향을 떠올리는 나는
아마도 생 끝날 까지 이러겠지

보고 싶다
사랑했던 사람들



내 인생을 바꾼 윤동주와의 만남

배광자

얼마 전 영화 ‘동주’를 봤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관객이 영화가 끝나도 감동의 여운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사상범으로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그의 죽음은  생체실험에 의한 것이라는 의문도 제기 됐다.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 게다가 그의 죽음이  해방을 몇 달 앞둔 시기여서 더욱 안타깝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그동안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윤동주와 어린 시절부터  단짝친구로 문학 활동을 같이 하며 일제치하에서는 행동으로 저항한 그의 고종 사촌인 송몽규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게 부각되어 눈길을 끌었다.

‘서시’는 여학교 시절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이다. 양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다짐하는 윤동주 시인의 순수한 영혼을 닮기 원했다.  순수에 대한 동경으로 수녀가 되려고도 생각했었다. 문학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의 대표적인 시  ‘서시’에 나오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부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이 시 구절 하나 못 외우는 사람은 없을게다. 그만큼 그는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시인이다. 더구나 요즘 한국에서는 영화 ‘동주’로 윤동주 신드롬이 가히 열광적이라고 할 만큼  대단하다고 한다. 영화 ‘동주’의 이중익 감독의 말대로 윤동주 사랑은 “다들 윤동주 시에 비친 자신을 사랑하는“ 까닭인 모양이다.

27년 2개월의 짧은 생을 살다간 순수한 청년 윤동주, 그의 시에는 유독 부끄러워하고 참회하는
시가 많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신앙인으로서 기독교의 정신이 그의 작품세계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 때문이리라. 그는 새파란 나이에 일제 치하에서 청춘을 유린당한 민족의 아픔을 누구나 알기 쉽게 시로 적었다. 시대적 배경과 내면적 갈등 속에서 늘 회의하며 내면을 파헤쳐 시로 승화시켰다. 또한 그의 시에는 식민지 현실 속에서 지식인으로서의 고뇌와 진실한 자기성찰의 의식이 담겨 있다. 그래서 흔히 그를 저항시인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항의 대상은 자신이었다. 송몽규처럼 일제에 행동으로 항거하지 못하고 펜대로 시만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내적 갈등이 많았다. 그런 자조적 한탄이 그의 시 자화상에 잘 나타나 있고 서시, 쉽게 씌여진 시, 참회록 등에 녹아 있다.

나와 윤동주 시인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9년 전인 2007년도에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윤동주‘ 라는 수필이 미주 한국일보 오피니언 난에 게제 되었고 그 것이 계기가 되어 계속 글을 쓰게 되었다. 그 해 등단하여 신인상도 받았다. 내 인생을 크게 변화시킨 사건이었다. 내가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는 너무나 쓸 것도 많고 의욕도 넘쳐서 단 숨에 뚝딱 쓰고, 또 쓰곤 했다. 남편의 말을 빌리면 거미 똥구멍에서 거미줄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이 그런 나에게 글은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라고, 글 쓰는 것을 무섭게 생각하라고 충고해 주었다. 지금은 글쓰기가 너무 힘들다. 멋모르고 써대던 그 때를 생각하면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윤동주 시인은 ‘쉽게 씌여진 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인생은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동주’는 시대의 아픔과 청춘의 고뇌가 녹아 있는 영화다. 그러나 청춘의 고뇌가 비단 윤동주 시대뿐이랴. 어느 시대나 청춘은 고뇌와 번민의 시기다. 사랑의 고뇌, 이념의 갈등, 불확실한 미래 등 젊은이라면 의례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괴테의 젊은 베르베르의 슬픔이 그랬고, 모윤숙의 렌의 애가가 그렇다. 최인호 작가는 그의 여행 산문집 제목을 ‘버텨요 청춘’이라 했고 김난도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라 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이 시대 젊은이들이 취업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의 청년실업은 더욱 심각하다. 오죽하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오포세대’, 거기에다 꿈과 희망까지도 포기한다는 ‘칠포시대’, 무한대로 포기한다는 의미의 ‘n포세대’라는 부정적인 신조어가 나돌고 있을까. 급기야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나라를 빼앗긴 윤동주 시대의 아픔만 하겠는가.

영국의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어느 대학의 졸업식에서 3분에서 4분 정도의 짧은 연설을 부탁 받았다고 한다. 어려운 시기에 영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고민 끝에 강단에 올라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는 단 세 마디를 하고 강단을 내려 왔다고 한다. 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가 되어버린 이 시대 청춘들이여!  아프니까 청춘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희망을 갖고 그 때 까지 버텨라. 그 것이 그대들의 몫이다.









교회란  바다와 같아야  한다.


차 귀 동


지금은  벌써  까마득히   뇌리에서  사라졌지만  911사태는  지구상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그  참혹한  광경을  보았을 때의 참담함을 기억한다.  한 쪽에서는 산 같은 빌딩들이 무너져 내리고  사람들은 죽어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그 순간에   지구의 다른 편에서는 그 장면을 TV를 통해 재미있게  지켜보면서  기뻐  날뛰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환호하며 미국을  저주하는  아랍세계의  어른들과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뿌리채  뽑혀버리는  듯한  비감과  전율을 금할  수가  없었다.

며칠 전 브뤼셀 공항에서 또 자살 폭탄테러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어이없는 참혹을 목격했다. 자신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놓고는 자랑스럽게 자기들이 했다고 선전하는 IS를 보면서 절망을 느낀다.  무엇이  이런  증오를  불러왔을까?
이러한  전인류적인  비극의  씨앗은  언제,  누가,  어떻게,  어디에  심었는가?
수천년  내려온  종교  간  분쟁의  결과일까?  
이삭과  이스마엘로  부터  연원한  비극의  분출인가?
십자군  전쟁이  남긴  역사의  응보인가?
어째서 기독교를 신봉하는 국가들이  그들에게  그렇도록  증오의  대상이 되었단  말인가?
이유가  어디에  있건  이런  지독한  증오는  이  작은  행성이  견딜  수  있는  농도를  넘어선  것이다

죄없는  다른  사람들의  참혹한  죽음을  보면서  어린  아이들이  기뻐  날뛰고, 그  부모들은  그  아이들과 함께  흥겹게  박수치는  광경을  보며  평범한  나는  절망으로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후에는  또다른  곳에서  보복과  응징의  비참을  목격한다.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공중에서  날아온  포탄으로  갈가리  찢겨져  육신이  콩크리트잔해  속에서  뭉개어져  있는데,  가족들은  표정없이  콩크리트  더미를  들쳐내며  시신을  찾아  헤멘다.  서방세계 사람들은  그  참혹한  장면을  TV로  보면서 안도하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승리를 자축하는 저녁식사를  즐긴다. 치유가  불가능해  보이는  이  비극적인  상처는  아물  줄을  모르고  이  증오와 보복의  끝은  보이지도  않는다. 이  엄청난  증오는  서로  마주쳐  달려오는  두  개의  기관차와  같아서  언젠가는  충돌해서  이  행성  전체를  파괴해  버릴지  모른다.  

자신들이  믿는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인간을 폭탄에 갈가리 찢어죽여 놓고도 조금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종교는 우리 인생들에게 대체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인가? 우리가 사는 이 작은 행성은 하나 뿐인데 도대체 어찌 하자는 것인가.  자기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이 지구 상에서 다 죽여 없애버려야 지구가 살만한 세상이 된다는 것인가? 그것이 진정 신들이 원하는 세계란 말인가?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는 없는 것인가?

폭탄에  갈가리  찢겨  죽어가는  사람의  목숨도  이  천지간에  하나뿐이고  스스로 폭탄을 안고 죽는 사람들 목숨도 단 하나 뿐이다. 모두의 생명은  귀중하고  귀중하다.  아깝게  영문도  모르고  아무  이유도  없이  죽어가는  생명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 스스로를 폭파해 버리는 사람들의 생명도  모두  귀하다.  단 하나 뿐이며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정치적  미사여구로  가득  채우고  현란한  종교적  언어로  치장한다고  해도  그  값을  치루어낼  수가  없다.  한번  소멸되어  버리면  다시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너무나  귀중한  생명이  아닌가?

더  이상  이런  비극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행성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가  이를  위해  애쓰면  좋겠다.  모든  교회가  용서와  화해의  운동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화합을  위해  모든  힘을  모으면  좋겠다.  증오와  보복의  고리를  교회가  앞장서서 끊어야  한다. 교회가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교회란  바다와  같아야  한다.  선하고  악하고  독하고  더럽고  깨끗하고  성스러운   모든  것들이  뒤섞여  녹아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강  상류로  부터  흘러드는  온갖  오물도  바다로  흘러들면  바다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여서  정화하고  이  작은  행성을  깨끗하고 새롭게  만든다. 바다와  같은  교회는  아름답고  풍성하다. 교회는  모든  것을  품어  보복과  증오와  갈등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화해와 소통. 이해와 동행.  협력과 공생의 길을 열어야 한다.  이 세상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입으로만 외쳐서는 우리 모두가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게 될지 모른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길로 들어서야 우리는 우리의 후예에게 살아갈 수 있을 만한 세상을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외면한다 해서 피해갈 수는 없다. 교회 안에 차고 넘치는 은혜로서는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눈길을 교회 밖으로도 돌리고 증오에 찌들어 고통당하는 우리의 행성을 보아야 한다.    그리스도께서 길을  여시고  인도해 주시기를 비는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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