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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015 글사랑 모임 출품작모음
글쓴이: 글사랑
등록일: 2016-03-07 17:09:15
조회: 2,048
추천: 327
  


글사랑 모임




  


                                              


살아있다는 것

서외자

바다는 밤낮 없이
물을 넘보며 철썩 거리고
그 깊음 속에서 헤엄을 치는 이
먹이를 물고 날아가는 이가 있다

바람은 시도 때도 없이
이리 돌고 저리 돌고 윙윙거리고
그 분주함 속에서
꽃은 피고 열매가 익는 소리를 낸다

별들은 자기 만의 꿈을 찾아
그 많은 번쩍거림을 안고
어두움이 짙은 밤 일수록 더 빛을 내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눈물이 아프고 웃음이 아파도
펄펄 뛰는 오늘을 꼭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아쉬움


정진혜


베란다 청소를 하다
비닐에 곱게 싸여 세워진 우산을 봤다
만지를 털고 꺼내 펴 본다
살이 두 개 나 부러져 있고
천 끝에 살꽂이가 몇 깨어져 있어
활짝 예쁜 모습이 아니다

이슈가 되었던 신문의 여러가지 기사들이
하얀 천에 가득 인쇄괸 멋진 우산은
한정품이라며 아들이 준 것이었다
꽤 세련돼 보이는 분위기여서
비 오는 날 까만 Rain Coat에 펴 들면
한 번 쯤은 쳐다보는 시선을 느껴
으쓱한 기분도 들게 해 주는
아끼고 좋아하는 것이었다

“네가 싫어진 것이 아니야
아직 너를 고쳐줄 병원을 못 찾았어
기다려야겠다 미안해”
바라보는 마음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1/30/16



하얀 여백



이칠성


하얀 종이 한 장
식당 테이블에 깔려
설레이듯 빤히 올려다 본다
무엇이든 다 받아 줄테니
나에게 내려 놓으시죠

그러나

그 하얀 마음에 올릴 수 있는
깨끗한 것이 내겐 없다
잠시 후 구겨버려질
뻔한 자신을 알면서도
아직도 설레이고 있는 너

나에겐 없다
그런 여백이 나에겐 없다








부자병 vs 흙수저                                    

배광자

몇 년 전 만취상태에서 차를 몰다 무려 네 명의 목숨을 잃게 한 10대 소년이 단지  ‘부자병 환자’라는 이유로  교도소 행을 면하고 10년의 보호관찰 처분만을 받은 사건이 미국 텍사스에서 있었다.   무분별한 10대의 일탈도 그렇지만  그 생소한 ‘부자병’이란 병명 때문에 한 때 화제가 됐다.   부자병이 그렇게도 위중한 병이라서 살인죄의 책임도 물을 수 없었단 말인가?   그때의 사건이 최근 다시 불거져서 뉴스가 됐다.

미국에서는 이미 50년대부터 이 부자병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넘치는 풍요를 주체할 수 없는 부자들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감정을 조절할 수 없게 되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게 된다는 게 부자병의 실체란다.

이선 카우치란 16살 난 소년은 아버지가 텍사스의 유지로, 한마디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일에 거침이 없었던 모양이다.  사고를 냈을 때도 술이 취한 상태에서 상점에서 재미로 맥주를 훔쳐 달아나다 일을 저질렀다 한다.   흙수저를 물은 가난뱅이가 죽지 못해 하는 도둑질이 금수저에게는 놀이에 불과한 모양이다.  어쨌든 그는 재판에서 그 아버지가 고용한 변호사가  ‘그가 삶이 너무 풍요로워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부자병 환자’라고 호소해서 관대한 처분을 받게 됐다.   유능한 변호사의 활약이 재판에 큰 역할을 했음을 실감케 한다.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힘은 역시 돈이다.

이런 뉴스들을 대하면서 나는 몇 가지 엉뚱한 생각을 갖게 됐다. 우선, 부자에게 부자병이 있다면 가난한 자에게도 빈자병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법은 부자나 가난한 자나 빵을 훔치는 것을 금하고  다리 밑에서 잠자는 것을 금한다.’라는 말이 있다는데, 법은 신분이나 소유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겠다.  부자가 무엇 때문에 빵을 훔치고 다리 밑에서 잠을 자겠느냐 해서 우수개소리로 들리기도 했는데 카우치란 부자집 아들이 상점에서 맥주를 훔치는 일이 벌어졌으니 이 말이 우수개로 치부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부자나 가난한 자나 훔치면 꼭 같이 처벌하거나, 아니면 가난에 쪼들리고
쪼들려서 감정을 조절할 수가 없게 되고  결국엔 좀도둑이 되고, 강도가 되고 어쩌다 살인도 했다면, 구차한 정상참작이란 꼬리표를 달지 말고 빈자병을 이유로 무죄나 감형을 내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다음으로는, 진실찾기 게임이라 할 수 있는 재판에서 변호사의 유능 여부에 따라 유죄 무죄가 갈리고 보상금액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느냐 하는 거다. 카우치 소년의 부자병
재판 케이스도 그렇고, O.J.심슨 재판에서 보았듯이 돈과 유능한 변호사의 역량이 판결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심슨이 전 부인을 죽였다는 직 간접 증거들이 있었고 모두들 그가 범인이라 확신했지만 유능한 변호사들이 총 동원되어 배심원들로부터 무죄평결을 이끌어내어 미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었다. 한인 신문이나 TV 광고를 보면 무슨 변호사가 1250만 불을 받아 주었다느니 하는 광고가 나오는데 그것도 그 변호사가 남달리 유능해서 얻어낸 결과라는 얘기로 들린다.  만약에 돈이나 유능한 변호사들에 의해 재판이 좌지우지 된다면 과연 진실은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인가?  나는 법이나 재판에 관한 한 문외한이라 더 이상 나아갈 수는 없다. 바라건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오명을 듣지 않는 재판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사회계층을 부모의 재산이나 능력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로 나누는 수저계급론이 한창 유행인 모양이다. 가진 층이 가진 채로 대물림하고 못 가진 층이
또 가난을 대물림하는데다 빈부의 격차가 자꾸 벌어져 계층 간 갈등이 심각한 가운데 나온 신조어 패러디란다. 게다가 유전무죄 무전유죄까지 덮어 쓴다면 계층 간 갈등은 얼마나 심각 하겠나 싶다.   최근 세계가 겁내는 지카바이러스가유입되는것도 경계해야겠지만 미국으로부터 부자병이 유입되어 횡행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의기소침해 있는데 부자병에 걸린 금수저들이 활보한다면 그 갈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슬픈 꽃잎



차귀동



우 리 집 베란다엔 갓난아기 머리통 만 한 둥그랗고 못생긴 선인장이 하나 있다. 그런데 이게 별종이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꽃을 피워 내는데, 겨우 하나 아니면 많아야 셋 정도 꽃을 피워올린다. 그 아름다움을 필설로 형용하기는 쉽지 않다. 꽃들의 아름다움에 우열을 말하는 것이 어리석다 하겠으나 감히 말하거니와 최고의 아름다움이다. 꽃의 크기는 큰 호박꽃만 한데 길쭉하고  통통하며  원통형의 기름한 뿔나팔 처럼 생겼다. 선홍빛 꽃잎이 바람에 하늘거리면 “아!”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빨려 들어갈 듯, 소름이 끼치는 듯, 감각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꽃잎에 깊이 빠져든다. 표 현능력의 한계를 절로 느끼게하는 아름다움이다.


아쉽게도 이 꽃은 단 하루 만 핀다. 오래 피어 있어서 아름다움을 흠뻑 맛보면 좋으련만 하루 만에 꽃잎은 오그라들어 볼품없이 되어 버린다. 활짝 피어있는 순간에도 나는 그 아름다움이 슬프다. 6개월을 피워 올리고는 겨우 하루만 피는 꽃이 너무 가엽고 애처롭다. 처절한 아름다움이다. 선홍색 꽃잎 한 장 한 장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저미어온다. 아름답지만 하루 밖엔 시간이 없다. 안타까운 마음에 오래도록 바라보지만 어느새 꽃잎은 지고 오그라져 볼품없어져 버린다. 슬 픈 아름다움이다. 꽃피우는 순간조차 이별이 안터까워 마음 졸인다. 어김없이 꽃은 오물어지며 이별을 준비 한다.  허망하고 안쓰럽다. 슬프도록 짧은 만남이다. 꽃은 속절없이 가버리고  그 모습은 가슴에 남아 오래도록 하늘거린다. 꽃은 져서 사라지지만 내 가슴 속에서는 더욱 더 선명한 아름다운 자태로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꽃의 피어남과 시드는 것은 자연의 유위전변이라 당연하다 하겠다. 그런 줄을 알면서도 꽃이 시들어감을 보는 일은 늘 가슴 아프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오므라지고 볼품없어 지겠지. 가슴이 징하니 저려오면서 인간사의 허무함이 밀려온다.  생겨서 자라고 늙고 사라짐은 필연인데도 자신의 사라짐을 인정하기는 쉽지않다.  인간의 역사를 잠간 만 돌아보아도 꽃처럼 피었다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거나  또는 이름 한 자도 세상에 남기지 못하거나 모두 역사 속에 있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해변의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의 꽃핌과 삶의 과정과 사라짐이 역사인 것은 틀림이없다.. 인간의 역사는 모래알들로 구성되는 해변과 같은 것이다. 모래알을 보자. 큰 모래알과 작은 모래알의 차이가 대체 얼마인가! 인간의 역사 속에서 꽃처럼 피었다 사라져간 사람들이 어찌 위대한 인물들뿐이랴! 하늘의 별처럼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소임을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것이 아닌가. 꽃피우라 하신 이가 “이제 그만” 하시면 꽃은 꽃잎을 오므려야 한다.

소임을 마친 자는 사라져야 한다. 인간들의 삶은 자연과 같이 그 속에서 생겼다가 번성한 후 사라져간다. 이를 어찌 억울타 항변하겠는가. 슬프고 어쩌면 억울하더라도 역할이 끝나면 배우는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슬픈 꽃잎을 보면서 하늘의 이치를 깨닫는다. 이 이치를 잘 알면서도 인간들은 너무 많은 것에 집착하고 그에 매달려 허겁지겁 살아간다. 마치 영원히 살 것 처럼. 집착과 착각 속에서도 인간들의 꿈은 무지개 처럼 아름답게 역사와 세상을 꾸미는 것이 아닌가. 이 아이러니를 어찌하랴!   질 때는 지더라도 삶을치열하게 살면서 꽃 피우고 열매도 내고 숙성시켜서 이 세상에 부름 받은 한  사람으로서의 몫을 다 해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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