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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랑 모임 12월 출품작모음
글쓴이: 글사랑
등록일: 2016-02-12 14:50:29
조회: 1,908
추천: 238
  

         글사랑 모임




       㺌월/2015년



                                            



생방송 출연중

서외자

나는 오늘도 생방송 촬영 중이다
각본도 대본도 없이
말문이 막혀 NG를 내는 때가 부지기수다
출연진들은 날마다 난리가 아니다

냉정한 눈빛들이 순간 마다 외롭다
구구한 변명은 덮기로 하고
왜 이렇게
물음표 만 남기고
THE END로 마치는 날 까지

잠시 잠깐도  멈출 수 없는
나 만의 진실로
생방송 출연은 연출이 된다









내 나라 말                               이칠성
이사 온지 10년
멕시코계 옆집
아랍계 아랫집
유럽계 아래 아래 집
인도 계통의 꼭대기집
입구 쪽에 중국 부부
전부 벙어리들인지 눈으로 만 인사한다

그러나 나와 함께 사는 친구들
귀뚜라미는 찌르르 찌르르
새들의 수다
강아지도 낑낑 씩씩
두더지도 메롱메롱
다람쥐도 도톨도톨
도마뱀도 까닥까닥
물고기들도 뻐끔뻐끔
나무들도 흔들흔들 꽃들은 방긋방긋
빗소리도 후두둑후두둑
물소라는 졸졸졸
바람소리 살랑살랑
시계도 똑각똑각
전화기도 따르릉따르릉
자동차도 부릉부릉
내가 영어 싫어하는줄 알고
모두들 내 나라 말로 말한다
내 하나님도 내 나라 말로 대답하신다
시조 산책


차귀동


청산은 내 뜻이요 녹수는 임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가실손가
녹수도 청산 못 잊어 울어 밤길 예놋다



여류시인 황진이의 연가가 홀연 내 안을 흐른다. 녹수가 청산을 두고 가면서 찢어지는 가슴을 우렁우렁 울며 밤길 도와 흐른다. 청산은 어찌하며 녹수야 또 어찌 할까. 세상에 나서 살다가 만나 사랑하다가 헤어지고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인생사 필연 인데도 사랑하는 사람 멀리 보내는 정은 예나 지금이나 가슴 아픈 일이다. 떠나 보낸 님을 그리는 황진이의 마음이 청산과 녹수에 녹아들어 사무쳐서 마음이 아리다. 사람이 사는 것은 제 각각이지 만은 삶의 끝자락에 남아 있는 것은 그래도 사랑이리라. 흘러가며 멀리 떠나는 녹수가 우렁우렁 울며 밤길 가는 것도, 흘러 멀리 떠나는 녹수를 끌어안지 못하고 밤길에 보내는 것도, 아리아리하게 마음 저리고 간장이 끊어지는 아픔도 몹쓸 것 사랑이리라. 살을 저미는 듯 아프고 시려도 인생은 사랑이리라. 사랑이 없으면 고통도 없지만 사랑 없는 인생은 의미 또한 없다. 인류의 역사야 “자유를 향하여” 가고 또 가겠지마는 우리네 인생은 “사랑” 때문에 산다. 영원한 그리움이며 생명의 고향이 된다.



철령 높은 재에 자고 가는 저 구름아
노신원루를 비 삼아 가져다가
고궁심처에 뿌려 본들 어떠리


백사 이항복이 산수갑산으로 귀양을 가다가 험한 철령을 만나 잠시 쉬면서 부른 노래다. 선조대왕이 계신 심처에 비라도 되어서 가고 싶은 그의 사랑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백사 정도 되는 사람이 인간사의 이치를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그의 나라와 임금을 사랑하는 정은 비가 되어서라도 눈물이 되어서라도 사랑하는 님  계신 곳을 적셔보고 싶었으리라. 백사는 청산으로 흙이 되어 돌아갔지만 그의 사랑은 시로 남아 수백년의  시공을 넘어 이 아침 내 마음을 적신다. 사랑은 아름답다. 그것 만으로도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
또 하나의 시가 떠오른다.

존재 하는 만물은 오고 또 와도 다 오지 못하니
다 왔는가 하고 보면 또 다시 오네
오고 또 오는 것은 시작이 없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
묻노니 그대는 처음에 어디서 왔는가?


시인 서경덕은 이렇도록 진지하게 인생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우리는 처음에 어디서 왔는가? 끊임없이 오고 또 오는 인생들. 이에 대한 시인의 물음은 피와 신음이 진득이 묻어 있다. 처절한 물음이다. 살면서 나는 이런 진지한 물음 앞에 자신을 혹독하게 세워 본 적이 있던가? 시인의 칼로 저미는 듯 날카로운 질문은 기독교인의 허울을 쓰고 그렁저렁 살아가는 내게 혹독하게 다가온다. 시인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있을까?  시인은 어떤 답을 얻었을까?







헤어스타일로 이미지 굳히기                                      배광자



얼마 전, 미국의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유력한 두 대선주자들이 이미지 싸움으로  으르렁거렸다.  각종 기행과 막말로 매일 매스컴을 장식하는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키며 공화당 선두주자로 급부상하자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예사롭지 않은 그의 헤어스타일을  비아양댄 것이다.  “트럼프가 마침내 나보다 더 헤어스타일이  주의를 끄는 후보가 됐다”고 말이다.  여기에 가발 착용  논란까지 불거지자 트럼프는 유세 도중 청중석의 한 여성을  불러내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게 해 가발이 아님을 확인시키는  헤프닝까지 벌렸다. 정책 대결을 넘어 이미지 대결 까지 번지는 건 그만큼 이미지가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얼굴자체가 아니고 그 것을 감싸고 있는  헤어스타일이라고 한다.  헤어스타일이 첫인상의 㻆%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오드리 헵번의 숏커트 머리, 육영수  여사의 올림머리, 북한 김정은의 사다리꼴? 머리,   이런 머리스타일이 첫 인상뿐 아니라 그 인물의 성품까지도 헤아리게 하는 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바이다.

내가 다닌 여학교는 유난히 머리에 대한 규율이 엄격하였다.   가르마를 옆으로 타서 머리가 귀밑 1cm 의 길이를 유지해야 했다. 매일 아침 조회 시간에 훈육주임이 자를 갖고 다니며 쟀다. 군대도 아닌데 중고등학교 육년간 전교생이 획일적인 머리모양에 교복이라는 유니폼을 입고 지내야 했다.    대학시절엔 사년 내내 긴 생머리를 어깨 아래까지 기르고   흐트러지지 않도록 헤어밴드를 하고 다녔다.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닐 때는 긴 머리를 자르고
앞머리를 내려 이마를 덮는  소위 애교머리 스타일을 즐겨했다. 결혼 후 한동안 파마머리로 지내다가 남편의 직장 관계로  미국에 따라 오게 되면서부터는 육영수 여사의 올림머리 스타일로 바뀌게 됐다.

내 머리스타일이 이렇게 시대에 따라 바뀌게 된 데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강요된 이미지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의도한바 청순하게 보이고 싶어서  또는 우아하게 보이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도 있다. 내 얼굴로서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는 수단은, 화장도 한계가 있고 더구나 성형은 꿈도 못 꾸던 때라, 오로지 머리스타일밖에 없었다. 그런데 보수적으로나마 시절
따라 변하던 내 머리스타일이  남편이 미국에서의 임기를 끝내고 혼자 한국으로 들어가고 난 뒤부터 변화를 멈추고 말았다. 나는 애들과 함께 미국에 남아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남편 한 사람의 월급으로 시집 본가와 남편 임지 살림, 그리고 미국 살림까지 세 곳 살림을 감당하기가 무척 버거웠다.  이럭저럭 지출을 줄일 방법을 궁리 하다가 내 몸 치장하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미장원 출입을 끊었고 그 때 이후 지금까지 20여년 미장원엘
간 적이 없다. 그 때 했던 생머리를 올백으로 빗어 넘겨 옛날 어머니들 ‘까미‘머리하듯, 머리를 한 데 묶어 올려 헤어핀을 꽂은 머리가   지금의 내 머리모양이다. 그런데 동창모임에 나가면 친구들이 그 머리모양 때문에 십년은 더 나이 들어 보인다며 머리모양을 바꾸라고 아우성들이었다. 그럴 때면 약간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지금의 내 머리스타일이 나의 아이덴티티로 굳어진 것 같아 바꿀 생각이 없다. 돈 안 들고 손질하기 쉬운 점도 있지만 단정하게 보이고 더구나 좀 뭐한 소리지만 내 뒤통수도 잘 표현해 주고 하니 바로 내 머리스타일이라 여기고 만족한다.   이젠 그 헤어스타일이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익숙해져서인지 그토록  마음에 안 들어 했던 친구들까지  내게 잘 어울리고 보기도 좋다고 한다. 혹시 나이 들어 그 나이에 어울리는 머리스타일이라는 뜻인지  모르지만 ........

금년 여름 한국에 다녀왔다. 요즈음 한국은 성형 열풍이 대단하다. 연예인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 미성년자들까지, 아니 남자들도 성형을 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쌍까풀 수술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얼굴 전체를 개조하는데 까지 왔다. 예전처럼 성형에 대해 쉬쉬하고 숨기지도 않는다. 아니, 생판 딴 얼굴이 돼 나오니 숨길 수도 없겠다. 그런데 TV에 나오는  젊은 여자 연예인들의 얼굴을  보면 개성이 없이 비슷비슷 해 보였다. 예전에 보았던  나이 먹은 연기자 들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세월이  흘렀어도 오히려 더 젊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성형 부작용 때문에 신세 망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성형은 이미지  개선을 넘어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마저 바꾸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얼굴보고 믿을 사람 없게 될 것
같기도 하다.

하나님은 자기 외모를  함부로 바꾸지 못하도록 인간을 창조하셨다. 잘 났건 못 났건 그 모양 그대로 평생을 살게 하셨는데 다만 한 군데 헤어스타일만은  마음대로 바꾸도록 자유를 주셨다.이 시대는 개인인  “나”를 주장하는 시대라 한다.  그것도 더불어 조화 속에 살면서 각자의 개성을 나타내는 “나”가 아니라  무엇에 대한 욕망 표현으로서의 “나“를 주장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내 이미지는 욕망의 표현 수단이  된 것 같다.  그 욕망이 강하다 보니 표현 수단으로  헤어스타일의 변화로는 만족할 수가 없고 결국은  자신의 육체까지 변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 예로 직장 인터뷰를 위해 얼굴을 뜯어 고치는 젊은 응시생이 있지 않는가!

나는 내 이미지가 내 머리스타일처럼 소박하고  단정하게 비치기를 바란다.   그리고 20여 년간
변함없듯이 그렇게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 주변 사람들, 친지들이 늘 그랬듯이 그들의 이미지 에서   풍겨 나오는 인품이 여일하기를 바란다.  갑자기 무슨 욕망의 화신이 되어 성형한 듯 돌변해  나타난다면 이 나이에 어떻게 감당하고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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