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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015년 글사랑 모임 출품작 모음
글쓴이: 글사랑
등록일: 2015-09-03 16:33:37
조회: 2,555
추천: 222
  

                          


이삿짐

서외자

무심코 본 개미떼의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을 본다

몇세대의 식솔들인지
얼마나 큰 거부인지
이고 지고 메고
어디론가 이사를 가는 모양이다

밥숫가락을 따라 가는 것일까
밥숫가락 숫자를 따라 가는 것일까
몸에 맞는 집을 찾아 뒤척이고 뒤척이며

몇 날 며칠을 얼마나 분주하였을까
언젠가는 두고 갈 짐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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헵  시 바

안연희

나를 위해 죽으시고
하늘의 큰 비밀을
품고오신 당신
합환채 한 아름 안겨주시며
너는 나의  헵시바라

아--  이 엄청난 편애하심을
어찌 감당하오리

빨간 장미 당신의 피
하얀 장미 당신의 눈물

틈새 마다 웅크리고 앉아
울고있는 작은 아이
당신의 헵시바
안개꽃 나


**헵시바: 연인. 애인  (이사야 62: 4)
   고난절 강단꽃을 꽂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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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혜

이런 기막힌 일이 있을 수 있구나
있을 수 없는 일이
내가 아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똑똑하고 재능있고 신앙심 좋고
베푸는 일에 앞장섰던 그녀가
이락 파병 갔다 온 아들이 멍 이었다

가끔 제 정신이 아닌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아들 때문에
얼굴은 늘 그늘로 덮여 가고 있었다

911에 본인이 전화 까지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엄마 만 찾는다고

이런 일들을 왜 보고 만 계실까
선한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켜 갈 수 있을텐데
왜 먼저 데려가시는지
소리쳐 묻고 싶다
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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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㺏  년 만에 보는 한국


                                                                                                                                 배  광  자


모처럼 한국엘 다녀왔다. 15년 만이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은 15년 전으로 머물러 있던 나의 한국에 대한 인식과
감정을 여지없이 흔들어 놓았다.  한국은 서울이고 중소 도시고 시골이고 할 것 없이 화려하고 윤기가 났다. 우선
세계 제일의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한다는 인천공항이 내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다. 서울은 국제도시답게 높은 빌딩
숲이 하늘을 덮는듯 했고 잘 포장된 넓은 도로 위에는 자동차의 물결이 넘쳤다.  사람들의 면모도 윤택해 보였다.
내 조국이 이렇게 발전했구나하고 자긍심이 느껴졌다.

나의 한국 방문은 시어머님의 백수생신이 계기가 됐다. 아무리 먼 해외에 살아도 맏 며느리로 시어머님의 백수연에는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뵙지 못한 터라 달랑 잔치에만 참여하고 돌아올 수 없어 모처럼 봉양합네
하고 생신 앞뒤로 한 달 여의 여유를 두어 석 달 가까이 머물렀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15년 전에 단절됐던 한국에서의
삶을 다시 잇는 즐거움도 맞보았고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한 쓴 맛도 보았다. 한국방문에서의 큰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옛 친구들이나 직장 후배들 그리고 친척들과 만나는 일이였다.  달력에다 만날 약속을 표시하다보니 3개월 동안
그 표시가 없는 날이 별로 없었고 멀리 제주도에 있는 친구마저 불러서 며칠 호강을 할 정도였다. 내가 한국에서 산다면
친구들도 있고 친척들도 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또 한국 곳곳을 둘러보니 생활환경도 많이 좋아지고 편리해져 있었다.  어디를 가나 길은 잘 정비되어 있었고 LA에서
흔히 보던 파손되거나 포트홀(Pothole)이 생긴 누더기포장도로도 없었다.  지하철은 거미줄 같이 깔려 서울 지하철이
편리하기로는 세계 제일이라 하고 노인들은 공짜라니 이 또한 좋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서울에서 지하철을 혼자서 타고
다니지를 못했다. 미로 같은 지하철 망을 파악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방향감각조차 없어 그 많은 외출을 매번 남편의
도움에 의존할 수박에 없었다.  하도 답답하게 생각한 남편이 혹시 모르니 치매검사를 받아보라고 할 정도였다. 화장실
인심이 고약한 LA에 비하면 한국의 공중 화장실은 얼마나 깨끗하고 예쁜지 몰랐다. 서울은 물론 중소도시나 시골까지도
산책로와 공원을 예쁘게 가꿔 놓았고 철따라 경쟁 적으로 무슨 축제니 전시회니 하고 이벤트를 만들어대니 서울 사람들은
정말 살맛이 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서울 생활을 즐기면서도 좌절을 느낀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심하게는 굴욕감마저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은 문화적(?) 위화 감이었다.  특히 소비문화는 내가 넘을 수 없는 큰 장벽이었다.
친구들과 만나 밥 먹고 즐기는 건 좋은 일이였지만 만나는 장소는 늘 호텔이나 최고급 식당이었고 그 장소에 걸맞게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나온 친구들은 내게 익숙한 모습들이 아니었다. 미국의 맥도날드나 10불 내외의 식당에 익숙한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호사였다.  심지어 어떤 호텔 부페는 한 사람당 무려 100불이나 됐는데 그것도 서로 내겠다고 팔목을 비틀고
다투는 광경에 아연실색할 뿐이었다.  이런 친구들을 비난할 의도는 조금도 없다.  다만 그런 문화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나를 당황케 한 것이다. 이곳 LA에 사는 내 친구 자매는 몇 년 전에 서울에 함께 갔을 때 한 호텔 한 방에 머물다가 나오면서 방값은 물론 냉장고 음료 값도 따로 계산했다고 하는데 이 얼마나 끔찍한 문화의 차이인가?

나는 한 집에서 시어머님을 3개월 가까이 모시면서 지냈는데, 모처럼의 기회에 시어머님께 효도하겠다는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 짧은 기간이나마 어머님 봉양할 목적이 최우선이었는데 어머님과 집에서 함께 한 시간은 별로없이 밖으로만 나돌았다. 어머님은 그런 며느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 놓고 기다리시다 잠이 들곤 하셨다. 내가 어머님을 봉양한 것이 아니라 어머님의 봉양을 받은 셈이다.   게다가 어머님이 귀와 눈이 어두워지셔서 무슨 말을 하려면 화가 난 사람처럼 큰 소리를 지르거나 간단하게
필담을 해야 되는 것이 내게 큰 자괴감을 안겨줬다.

나는 쫓기듯, 도망치듯 한국을 떠나면서 비행기 좌석에 몸을 묻고 지난 3 개월간의 한국 생활을 되돌아보았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남편 친구 내외와 점심을 먹고 헤어졌을 때가 생각이 났다.   남편이 따로 볼일이 있어 내가 혼자 지하철을 타야했는데 남편 친구 부인이 고맙게도 내가 타야할 지하철역 까지 안내하겠다며 동행해 주었다. 그녀가 지하철 입구를 안내해 주고 헤어졌는데 마침 비가 와서 내가 걷는 중에 구두에 물이 젖고 급기야 구두 볼이 터진 지경이 됐었다.  그녀와 헤어지자 내가 구두를 벗어들고 황망해 하는데 헤어졌던 그녀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나 괜찮겠느냐고 묻는 게 아닌가! 그녀는 나와 헤어지고 곧장 뒤돌아 서 간 게 아니고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있을까봐 한참이나 내 뒤태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나는 한국방문에서 친구 친지 친척 등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짧은 만남도 있었고 긴 만남도 있었다. 즐거운 만남도 있었고 원치 않는 만남도 있었다.  그런데 그 만남 뒤 내가 돌아섰을 때 내 뒷모습은 그들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특히 며느리 시늉도 못하고 떠나는 내 뒷모습을 시어머님은 어떻게 보셨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7월의 마지막 날 오후,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에 고도를 낮추는 비행기 창 아래 바둑판같은 LA 시가지가 눈 안에 들어왔다.
저 아래, 언제 보아도, 앞에서 봐도 뒤에서 봐도 또 옆에서 봐도 탓할 것 없고 내 세울 것도 없는 그런 사람들과 맥도널드에서
만나 시니어 커피 마시며 깔깔댈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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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나는 향기

                                                                                                                                                              
차  귀  동



책에서  나는  냄새는  늘  맡아도  좋다.  맡아도  맡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곰팡내  섞인  퀘퀘한  냄새도  좋고  신간에서  나는  신선한  잉크냄새도  좋다.   여인의  몸에서  맡아지는  향기가  여러 가지이듯이  책도  제각기  다른  향기들을  간직하고  있다.   감히  책에서  나는  향기(?),  책향(?)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생각한다.  

가끔  머리가  복잡하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책향을  맡으러  간다.  머리  아프고  세상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면  차라리  사람들이  복작대는  서점  한구석에  서서  이책  저책  뒤적거리는  것이  최고의  치료방법이다.  어떤 때는  얇은  책  한권을  다  보기도  한다.  책방주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렇게  보는  책 맛이  일품이고  그렇게  뒤적이며  맡는  책향기가  막힌  내  숨통을  틔어주니  나도  어쩔  수가  없다.  그런  내  습벽을  잘  아는  주인은  아예  내  곁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가슴엔  신선한  공기와  책향으로  가득차서  복잡하던  머리가  개운해진다.

책들이  내는  향기도  그러하지만  책표지가  뿜어내는  요염함과  그  유혹들은  그냥  견디기가  어렵다.  고전과  신간서적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역사와  소설사이에서  헷갈려  중심을  잃어버린다.  몇 권  씩을  들고  돌아  다니다  다시  제자리에  놓고  망서리기를  수도  없이  반복한다.  주머니  사정이야  늘  빤하니  대여섯 권  정도는  재빨리  훑어버려야  몇권으로  압축시킬  수가  있다. ف불짜리 까지  통통  털어  두세 권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나오지 만  늘  아쉬운  뒷자락이  서점에  오래도록  남아  뒤가  꾸무룩하다.  보고싶은  책을  마음대로  사볼  수  있게  부자가  되면  좋겠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나마  건진  몇권으로  인해  일주일  정도는  행복하고  그  속에  푹  파묻혀  사니  세상이  그런대로  살만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꽃향이  모두  다르듯이  책향도  모두  제각각이다.  모양 만  다른  것이  아니라  풍겨나오는  향기  또한  다르다.  시,  소설  역사,  철학,  수필,  등  그  담고  있는  내용대로  바로  그  향기가  풍겨나온다.  이어령,  베르베르,  도올,  김남조,  용해원,  김용택,  이해인,  최인호  그들이  내품는  지식과  영감과  인격의  향기가  다르다.  어떻게  그런  언어들을  표현해  내는지  그들의 언어와  사상과  지식  앞에서  나는  작고  초라해진다.  내가  가진  지식의  빈약함에  부끄럽고,  초라함에  겨워  영혼마져  쪼그라든다.  무한대로 펼쳐진  지식의  세계에서  미아가  된다.

내게는  어떤  향기가  날까?  지성이  내는  향기가  나올  것  같지가  않다.  속에  담고  있는  것이  밖으로  향기되어  나온다.  혹시  시궁창에서  나는  악취 만  풍겨나오는  것은  아닌지.  없는  지식도  있는  것  처럼,  시궁창  같은  것도  깨끗한  것  처럼,  느끼지도  못한  것을  가진  것  처럼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내  가난을  씹고  또  씹는다.  최소한  악취만은  풍기지  말고  살아야지.  씻고  또  씻고  해서  더러움만은  없애야지.  더러운  내게서  내가  도망칠  수  없으니  스스로  씻을  수  밖에. 향기롭지는  못해도  독특한  냄새는  지녀야지.  책향에라도  싸여  지내다보면  조금치는  내몸에  배지  않을까?  

책방에  다녀온지  일 주일도  못되었는데  벌써  책이  고프다.   만사  제껴놓고  다녀와야  겠다.  어떤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인다.  정말  책에서  나는  향기는  언제  맡아도  좋다.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것은  책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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